님 안녕하세요. 어느새, 여름의 문턱을 지나 무르익어감을 알리는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계속되는 비소식 속에 님의 여름은 어떤가요? 저희는 요즘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몸도 마음도 비에 젖은 것처럼 가라앉고 있어요. 저희는 이런 가라앉음이 좋아서 혹은 무거워서 저마다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보내고 있어요.
님도 장맛비 속에 몸도 마음도 가라앉음을 경험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오늘은 빗속에서의 여름을 보내기 위한 ‘내색만의 플리’를 소개합니다.
비가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가기 좋은 공간 내향인의 색, 내색 드림 ☔ |
* 지메일로 보고 계신 독자분들은 꼭 맨 아래의 '전체보기'를 누르셔야 빠짐없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
[1] La La La - 광교 그루비 [2] 창 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 진을림 [3] 춤 - 카페 아래로 |
"How I wish it would never end" |
장마철이 시작되면 본능적으로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그루비’ 이다 . |
북카페로 운영되는 그루비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그루비는 느지막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나 비 오는 날에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밖은 나가고 싶은 이중적인 내향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
장마철 때마다 그루비를 찾는 이유는 비 냄새가 짙게 배인 나무 냄새와 선명하게 맡아지는 잉크향, 그리고 종이 냄새 때문이다. 멜랑꼴리하면서도 은은하게 중독되는 종이 냄새는 비의 수분을 한껏 머금은 듯 코끝에 그 향이 남는다. 은은하게 코끝을 건든 이 냄새에 이끌려, 유독 앉고 싶은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 |
이 날 내가 앉은 자리는 ‘ㄱ’ 자 바 형태의 테이블에서 모든 사람이 보이는 곳이었다. 내 옆에는 엔틱한 타자기가 있었고 뒤에는 책들로 가득 채워진 책장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 공간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한 눈에 담기는 그루비의 정경과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수 십명의 사람들이 시야 가득 들어오면서, 이 모든 것은 마치 이 공간을 탐닉하고 있는 나에게 움직이는 오브제 같았다. 빗소리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과 귀 끝에 들리는 약간의 대화들, 그리고 한 장씩 넘어가는 서걱서걱한 종이 소리를 들으며, 이 곳 자체에 몰두하게 되었다. |
잘 짜여진 각본처럼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이곳의 좋은 점은 최소한의 소음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창문 밖에 세차게 내리는 장대비 소리, 드립 커피 내리는 소리, 그리고 나무 판자 위를 걷는 발걸음 등 도심 속에서 익숙하게 들리던 딱딱한 소리보단 자연에 가까운 소리가 가득했다. |
한껏 이곳을 즐기던 중에 레이첼 야마가타의 ‘La La La’ 가 들렸다. "How I wish it would never end” 가사처럼 내 오감을 자극하는 이곳의 노래가 끝나지 않길 바랐다. 커피 향과 와인, 그리고 각종 차들의 조화는 깊은 편안함을 원하는 이에게 안락함을 주는 곳이기 떄문이다. 건반 위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아노 음률과 일정한 젬베 리듬은 눈앞에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와 어우러져 ‘그루비’의 운치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붙여진 사진들과 놓여진 책들, 그리고 스탠드의 주황 불빛은 오롯이 그루비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까지 선물했다. |
진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창문 밖 비를 감상하는 그 시간 자체가 사랑스러웠고, 일정한 박자로 점점 그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레이첼 야마가타의 노래까지,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무드를 좋아하는 내향인에게 역시나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And then comes the light in darkness glowing through the night"
|
장마철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적당한 습도와 냄새, 그리고 소리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그루비’는 이 기나긴 장마를 느긋하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여전히 ‘La La La’ 가 흘러나오는 곳이길 바라본다. |
TIP & INFO 광교 그루비 위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센트럴파크로127번길 148 영업시간 매일 12:00 - 22:00 전화번호 031-214-1288 홈페이지 www.gglakepark.or.kr 방문 TIP -한적한 시간대는 주중 오후 4시 ~ 7시 입니다. -주차는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루비' 앞은 탄천길이므로 가벼운 산책도 추천드립니다. |
"창 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시리 마음만 울적해~" |
어느새, 여름의 문턱을 넘어 무르익어가는 장마의 시작 ‘창 밖을 보면 비는 내리고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지는 날의 연속. 몸도 마음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무거워지고 가라앉는다.
|
멍하니 앉아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비와 관련된 노래를 듣다 보니 흘러간 시간과 사람,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와 집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여름비가 내리는 날 ‘카페 진을림’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에 목적지를 정하고 빠르게 집을 나선다. |
‘7호선 신풍역 5,6번 출구’로 나와서 도보 1~2분 정도 좁은 골목을 지나면 그 길 끝에 삭막한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을 품은 ‘진을림’이 위치하고 있다. |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진을림은 조명과 감나무가 어우러진 시원한 듯 따듯한 오묘한 색감을 품고 골목 끝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카페를 찾을 수 있다. |
진을림으로 들어가는 길에 마주하는 진을림만의 또 다른 재미, 바로 지하에 위치한 ‘진을림 상회’이다. 카페 아래에 위치한 작은 소품샵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했을 때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진을림으로 들어서기 위해 문 앞에 서면 투명한 문을 통해 보이는 호기심 가득한 귀여운 얼굴이 우리를 반겨준다.(사진 속 입구는 진짜 입구가 아닌 창문이다) 공간에 함께하고 있는 강아지들인데, 귀여워서 한참 바라보게 되지만 겁을 먹은 친구가 짖을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뚫어져라 보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
덥고 습한 날씨에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식히기 위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층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감나무 뷰’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이다. |
외부에서의 진을림은 초록을 머금어 시원함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면 내부의 진을림은 지친 마음과 몸이 쉬어갈 수 있는 포근함을 지니고 있다.
|
주택을 개조한 카페의 모습, 따듯한 조명,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 속 예쁜 카페에 들어온 듯한 인테리어 모든 게 어우러진 공간
|
그곳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바람과 내리는 비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자면 가라앉았던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진다. |
그리고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흘러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하고, 추억하며 여름의 어느 날을 보낸다. |
TIP & INFO 진을림 위치 서울 영등포구 신풍로 31-14
영업시간 10:00 ~ 22:00 전화번호 02-3667-7678 방문 TIP -강아지가 있지만 너무 빤히 쳐다보거나 함부로 만지지 말 것 -봄과 가을에는 루프탑에서 즐겨 볼 것을 추천 -개인적으로 해질녘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가장 예쁜 색감의 진을림을 마주할 수 있음) -지하에 위치한 진을림 상회에서 소품 구경 및 구매 가능 |
흐린 날은 좋아하지 않는다. 자고로 여름이라면, 낮이라면 태양 빛 아래 모든 게 선명한 색으로 보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문득 변덕처럼 낮은 조도에서 센치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장마가 시작될 때 그렇다. 그래서 빗소리를 bgm 삼아 고독을 씹고 감성을 챙기고 싶어 실내에 있을 때는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 그래야 내리는 비도 잘 보이고 그 소리도 잘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통창에서 빗소리를 듣기 좋은 카페 아래로를 소개하려고 한다. |
카페 아래로는 관악구 난향동에서 보기 드문 4층 규모의 카페다. 정확히는 난곡동과 난향동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일대는 인근 역인 신림역과는 달리 주택가가 대부분이라 매우 조용하다. 그리고 대로변이 아닌 도로 안쪽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조용한 느낌의 카페다. |
나에게 좋은 카페란 외출을 결심하고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다. 그런 점에서 카페 아래로는 ‘좋은 카페’에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 우선 1층에서 4층까지 다양한 좌석이 있고 심지어 1층 야외 테이블, 3층 테라스 자리까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다. |
두 번째로 메뉴가 다양해서 좋다. 카페에서 오랜 시간 보내고 싶을 때 커피 메뉴만 있다면 조금 곤란할 때가 많았다. 추가 주문하고 싶은데 계속 음료만 마시면 괜히 화장실만 자주 가게 되는데, 아래로는 식사 대용인 샌드위치부터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소금빵, 크로플 그리고 빙수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
세 번째는 카페 곳곳이 놓인 책들이다. 휴대폰 액정과 노트북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활자를 읽고 싶을 때 손 닿는 곳에 읽을 책이 있어서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
마지막 이유는 통창에서 바라보는 숲뷰 때문이다. 창밖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실내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멍하기 보기 좋다. 꼭 맑은 날이 아니더라도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에 보는 뷰도 운치 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빗소리를 들으며 창밖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 좋아할 것이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혀 주룩주룩 내려가는 모습이 재밌어 주의 깊게 보게 되고 카페 음악 소리와 사람들 대화 너머 희미하게 들리는 빗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역시 여름의 고독은 장마가 제철이다. |
카페 아래로의 창가에 앉아 눅눅한 고독을 삼키고 있다면 클래지콰이의 ’춤‘을 들어보기를 바란다. 보사노바 느낌의 전주와 느린 템포로 남녀의 목소리가 교차로 고백하듯 내뱉는 가사를 들으면 그림자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흐리고 비 오는 날. 바깥이 온통 그림자 속 같을 때 듣기 좋다. 괜히 노래 제목이 ‘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새로운 물방울이 맺히고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다 다른 물방울이랑 합쳐지는 모습이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새벽도 아니면서 이런 의미부여 하게 되는 비 오는 날의 감성이 이렇게 무섭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서 인상을 찌푸릴 때 미간 모양을 ‘슬픔의 삼각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맑은 날이 아니라도 웃을 일이 생기지 않을 때 카페 아래로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비 오는 날을 즐겨보길 바란다. |
TIP & INFO 카페 아래로 위치 서울 관악구 난곡로10길 10 카페 아래로
영업시간 매일 10:00 ~ 22:00 전화번호 0507-1386-8655 방문 TIP -단체석 有 -주차 가능 -망고 빙수 추천 -카페 내 20여개의 책 이용 가능
|
님 이번 달 내색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방안에 앉아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내색이 전해주는 플리와 함께 내리는 비를 마주하며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외출이 님에게 새로운 여름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여름, 님의 하루가 보다 활기차길 바라며 우린 다시 7월에 다시 만나요.
내향인의 색, 내색 드림 ☔
|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알고싶은 정보가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 2023. 내색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