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새롭고 낯설기만 했던 2023년의 첫 번째 달이 벌써 끝을 향해 달려왔네요.
지금쯤이면 새해 계획이나 다짐, 생각들이 모두 정리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진 않은가요?
완벽한 시작을 하기에 1월은 아직 애매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정해진 룰과 선명함에 익숙한 우리는 '애매함'을 경계해요.
애매한 나의 사회적 위치,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은 엉뚱한 공간, 영글지 않은 애매한 나의 모습에 때론 불안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애매함은 나의 유일한 모습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틀에 박힌 모습에 따라가려고 조급해 말고 나만의 애매함을 긍정적으로 만끽해 보는 거 어떨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애매하고 엉뚱한 공간에서 내색이 느낀 솔직한 생각들을 공유해 봅니다.
내향인의 색, 내색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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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화로운 애매함이 있는 섬세한 예술 공간 - 반쥴
[2] 위로의 공간일까 위선의 공간일까 - 창경궁 대온실 [3] 웃음꽃 피고 즐거운 집 - 예당 장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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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매한 게 아니라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찬 로맨틱 향연인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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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곳을 어떤 곳이라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반쥴(banjul)의 공간은 굉장히 애매하면서도 독특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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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나는 얼그레이 향과 여기 저기 펼쳐져 있는 찻잎 봉지들을 보면 마치 전문 찻집 같기도 했고, 한쪽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핸드 글라인더들을 보면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려줄 듯한 곳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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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마다 수놓아진 여러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보면 전문 공연장인가 싶기도 하고, 일열로 줄지어 배치된 엔틱한 의자와 원목 테이블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길게 늘어진 바 테이블을 보면 전문 원데이 클래스 현장 싶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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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인 것들을 모아 놓은 이곳을 도대체 어떤 곳이라 말할 수 있을까?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니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안쪽으로 가보니, 커다란 하프와 하프 케이스 속에 빼곡히 놓여진 핸드 글라인더들이 있었다. 순간 빈티지 핸드 글라인더를 판매하는 곳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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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는 빈티지 수저와 포크, 집기류들이 테이블 안에 있었고, 그 옆에는 경복궁에서나 볼 법한 옛날 수납장이 놓여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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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물음표가 뜬 곳이었다.
반쥴에서 차를 마시며 있다가 문뜩 든 생각은 굳이 이곳을 어떤 곳이라 한정지어 말해야 할까? 였다. 이 모습도 있고, 저 모습도 있으면서 다양함이 어우러져 있는 곳, 마치 우리네 여러 모습이 있는 것처럼, 딱 나는 이런 사람이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여기는 어떠한 곳이다.’ 말하는 순간 이곳의 다른 매력을 놓칠 것 같았다.
커피샵이라 하면 반쥴의 독특한 향의 찻입과 아기자기한 다기들이 아쉬워할 것 같고, 전문 찻집이라 하면 고소하면서도 신맛의 에스프레소가 계속 기억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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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페라고 하기엔 4층에 아늑한 공연장을 담아낼 수 없고 공연장이라 하기엔 5층의 고고한 갤러리와 루프탑의 여유로움을 전하기 어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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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은 로맨틱한 곳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3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재즈를 듣다가 저녁 시간이 되면 4층 공연장에 가서 위스키와 치즈 함께 리드미컬한 라이브 재즈를 즐기고, 잠잠한 밤이 되면 와인 한 잔 들고 5층 루프탑으로 가서 종로 일대를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는 그런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낭만을 몇 개의 단어나 문장으로 다 담아낼 수 없고, 보여지는 것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반쥴은 느끼고 경험해야 하는 곳이었다.
애매한 게 아니라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찬 로맨틱 향연인 셈이다.
때론 삶이 반쥴의 모습처럼 멀리서 봤을 때 애매모호함과 엉뚱함의 연속이라 어떠한 지 모를 때도 있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유한 빛을 발하고 있다는 걸 떠올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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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반쥴
위치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17길 23 3층-5층
영업시간 주중: 11:30 ~ 22:20 / 주말: 12:30 ~ 22:20
전화번호 02-735-5437
인스타그램 @banjul__cafe
홈페이지 http://www.banjul.co.kr/
방문 TIP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 일정과 운영 시간이 공유됩니다.
장소 대관은 유, 무선 연락처를 통해 문의주세요.
층별 이용 일정과 시간이 상이하니, 확인 후 방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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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슬픈 하루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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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한 번쯤 가봤고 많은 사람의 기억 속의 익숙한 공간이다. 그런데 창경궁이란 곳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창덕궁의 뒤편에 위치해 자칫 놓치기 쉽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장소를 담고 있는 곳이다.
창경궁은 세종이 상왕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궁으로 이후 대비나 후궁의 거처로 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나 실화로 인해 건물 소실되었다가 재건되기를 반복하였으며 순종 때 일제로 인해 창경원으로 바뀌는 등 결정적으로 훼손된 아픈 역사가 있다.
현재는 창경원을 폐쇄하고 창경궁으로의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일본이 만들어놓은 시설은 없애거나 옮겼지만, ‘대온실’이라는 단 하나의 공간만은 남아있다.
‘창경궁 대온실’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긴 후 순종의 근심을 달랜다는 명목으로 만든 건물 중 하나이다. 건축 문화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창경궁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나는 한옥에 둘러싸여 홀로 남은 서양식 건물은 그 위치와 역할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기에 또한, 힘이 없는 나라의 왕으로서 그를 정말로 위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였기 때문에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시작했다.
사실 창경궁으로 갔던 날에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면서는 창경궁으로 가는 이유와 그때의 기분이 뭔가 일치하는 것 같아 뭔가 기대되는 애매하고 미묘한 감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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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다른 이보다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나도 창경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양한 전각들을 살펴보았다.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건물과 이야기가 많아 잠시 마나 근심을 잊을 수가 있었다. 그 후 마지막 여정의 목적지인 대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못인 춘당지를 지나 뒤편에 숨어져 있는 대온실을 보니 확실히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른 전각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홀로 돋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이 아이러니한 공간으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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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이라고 하면 덥고 습할 거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너무 쾌적하여 오는 이의 기분을 즐겁게 할 것 같았다. 또한, 앞의 연못이 꽁꽁 얼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대온실의 밖과 안의 식물을 보면 마치 봄, 여름 가을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밖의 겨울이니까 사계절이 다 담겨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식물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식물을 보기 위한 것이 주목적은 아니었지만, 통로 공간과 중앙 공간의 배치가 조화로워 식물에 관심이 없어도 어느덧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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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온실이 주었던 미묘한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왕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말로 이 공간을 통해서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을까?
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감정에 슬픈 하루가 많았으리라 생각해본다. 한없이 슬픈 하루의 나날 속에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지 않았을까? 이 공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받았을까? 물론 그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만....
나도 온실을 방문했던 날의 감정처럼 한없이 슬픈 하루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여기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대답은 NO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과 나의 비슷한 감정을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고민했을 수도 있다는 이상할 수도 있는 상상을 하면서 대온실을 나오게 되었다.
오히려 집에 가면서 생각이 더 늘었다. 오늘은 슬픈 하루인가? 슬퍼지고 싶은 하루인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태의 내가 애매하게 놓여있는 감정선을 느끼면서 애매한 하루를 보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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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창경궁 대온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영업시간 매주 월 휴무 09:00 ~18:00
방문 TIP 창경궁은 오후 9시까지 열지만, 대온실은 더욱 빠른 6시에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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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빈티지, 장어 이 세가지 조합이 만들어 내는 의외성과 부조화가 유쾌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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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예산군 예당저수지 인근의 대흥면은 밤마다 자신의 볏단을 서로 몰래 상대 집 볏단에 쌓아 놓았다는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의 고향이다.
이를 테마로 조정된 ‘의좋은 형제 공원’ 옆에 세월의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한옥이 있다.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에 감성 카페처럼 보이지만 주차장에는 젊은이들보다는 어르신들이 자주 보인다. 이곳은 카페가 아니라 장어구이 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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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장어’는 지금까지 가봤던 장어구이집과는 매우 달랐다. 가격대가 있는 장어구이 특성상 주로 모던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기존 식당들과는 달리 이곳은 한옥에 90년대 인테리어를 더해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무 문 너머 중정 중앙에 작은 나무 조경이 동그랗게 조성되어 있었고 오른편에는 창호지문이 있는 방 2개가 있는 독채와 정면에 통창으로 된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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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서 신발을 벗고 내부로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에 ‘이것이 힙인가?’ 하고 느끼게 된다. 할머니네 집 식탁에 있을 것 같은 우락부락한 원목 의자와 붉은색 아라베스크 무늬의 카펫, 그리고 식탁에 차려진 생강과 양념 장어구이의 조합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우면서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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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목재 바닥에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지만, 식탁에 빌트인된 스테인리스 화로가 현대임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노출된 서까래가 만드는 아이보리와 우드톤의 실내를 가만히 바라보면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눈이 참 편안해진다.
독특하고 아리송한 무드의 장어구이 집. 그래서인지 이곳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그냥 장어구이 집이라고 말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식당이 갖춰야 할 맛은 정말 탁월하다. 근데 이 힙한 분위기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이다. 동시에 장어집이 힙해서 무얼 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요즘 강남의 유명 외식 브랜드가 의도한 힙한 컨셉이 아니라 한옥, 빈티지, 장어 이 세 가지 조합이 만들어 내는 의외성과 부조화가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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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설 땐 보지 못했던 문구. ‘웃음꽃 피고 즐거운 집’. 연말도 새해도 설날도 지났지만, 아직 연초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 시기. 기깔나는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라는 게임에서는 해가 지날 때마다 전 국민이 강제로 레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레벨 20, 레벨 30 마다 통과해야 하는 퀘스트들이 때때로 어쩌면 매일 지겹게 느껴진다.
이 나이에 이래도 되는 건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걱정이다. 생뚱맞게 다른 길로 향할 때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줏거리 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위치 혹은 내 마음이 남들처럼 확실하지는 않고 애매해도 그게 내가 즐거운 쪽으로 향한다면 웃음꽃 피는 길 아닐까? 결국 웃을 줄 아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이상한 장어집에서 의아해하다가도 그 안의 소품 하나 반찬 하나 곱씹어보며 결국 웃으면서 나오는 것처럼 애매함 속에 있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나라면 뭔들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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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예당 장어
위치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길 3-16
운영시간 매일 11:00 ~ 21:00 (라스트 오더 19:00)
전화번호 041-332-0046
방문 TIP
포장, 주차, 단체석 가능합니다.
장어특선(반마리 + 식사) 매우 추천합니다.
주말에는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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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달 내색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애매한 공간에서 느끼는 엉뚱하고 나다운 생각들,
모든 순간들이 모여 님의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길 바라요.
님의 소중한 외출에 내색이 함께 할게요. 2월에 만나요.
*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
뉴스레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BE.LETTER'에 내색이 소개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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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알고싶은 정보가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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