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휴식기를 가진 두 달이라는 시간은 옷차림이 눈에 띄게 달라질 정도로 꽤 긴 시간이었나 봅니다. 그 시간 동안 저희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시고 또 새롭게 저희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번 11월에는 다른 뉴스레터로 '환승'하지 않고 앞으로도 저희 내색이 준비한 내향인을 위한 공간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공간들을 담아봤습니다. 알록달록한 다른 지하철 노선으로 승하차를 반복하기보다 오늘은 주황색 3호선에 가만히 몸을 싣고 내향성을 뽐낼 수 있는 곳에 다다르길 바랍니다.
환승 기피자를 위한 여정에 나서는 님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내향인의 색, 내색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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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메일로 보고 계신 독자분들은 꼭 맨 아래의
'전체보기'를 누르셔야 빠짐없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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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산과 레몬 마들렌, 카페 폴스타 베이커스 & 수국사
[2] 적막한 서촌의, 카페 동감 쇼룸 [3]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카페 오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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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 도착한 곳이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이런게 바로 환승없이 쭉 올 수 있는 여정의 장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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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소란함이 싫어 주황색 3호선을 타고 강북으로 향했다.
압구정을 지나 동호대교에서 바라보는 반짝이는 한강을 잠시 감상하다 다시 또 지하도.
안국, 경복궁역에서 그냥 내릴까 싶었지만 여긴 너무 인기가 많다. 그래서 다수의 관심을 피해 뚝심 있게 앉아 다시 북으로 향했다. 그렇게 북한산과 가까운 연신내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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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폴스타 베이커스는 1번 출구로 나와 은평09번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내려서 8분정도를 걸어야 도착한다. 빠르게, 그리고 느리게 지나며 마주한 연신내는 처음 와보는 곳임에도 편안했다.
서울같지 않은 서울.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서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색을 가진 종로도 좋지만 사람많기로 소문난 이 도시에서 나만의 낭만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동네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 리스트에 들어가게됐다.
폴스타 베이커스는 통창이 돋보이는 3층 건물이다.
이곳은 주말 2시에 서울 카페 3층 창가자리가 비어있는 기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커피랑 빵이 형편없는 곳은 아니다. 원두를 고를 수 있고 1층에는 담백한 빵부터 달콤한 디저트까지 먹음직스러운 베이커리가 진열되어 있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즉, 적당한 소음이 있는 넓고 다양한 자리에서 맛있는 음료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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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3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며 둘러보니 카페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리배치가 돋보였다. 소파, 나무의자의 4인석과 2인석, 그리고 통창 쪽 노트북 손님을 위해 각 자리에 스타벅스처럼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어 매우 실용적이었다. 또한 각층별로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 요소가 있었다. 2층은 계단 아래 있는 인공수조의 파란 타일과 초록 식물들의 조화가 돋보였고 3층은 화분도 잎사귀도 똑같이 커서 왠지 내가 미니어처가 되어 창틀에 올려두는 크기의 화분이 커다랗게 보이는 효과를 주는 식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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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창 옆 좌석이 안쪽으로 기울어 앉으면 자연스럽게 몸을 뉘이게 되는 의자에 앉으니 절로 잠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리고자 커피를 마시고 창밖의 바삐 지나는 차들과 좌우로 뻗은 가로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커다란 식물을 지켜보며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 도착한 곳이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이런게 바로 환승없이 쭉 올 수 있는 여정의 장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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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하고 고소한 소금빵을 먹어 살아난 입맛과 함께 호기심도 살아났다.
자리에 앉아 네이버 지도로 낯선 이곳을 탐색하다 보니 창 너머 보이는 곳에 작은 절이 하나 있었다.
도심에 이토록 가까이 있는 절이라니. 걸어서 5분안에 갈 수 있는 신비로운 곳에 가보고싶은 마음반, 카페에 더 앉아있고 싶은 마음반이었지만 떠나기 전 레몬 마들렌을 하나 사는것으로 스스로와 타협하고 수국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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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마음으로 입구에 당도했을 때 금칠한 절을 보고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묵묵히 올라 작은 절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 곳에는 낮고 하얀 아파트 너무 북한산이 넓게 보였다. 새삼 연신내가 북한산이랑 가까운 곳이라는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큰 기대없이 간 곳이라서 그런건지 마주한 북한산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비록 몇몇 건물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곳 수국사처럼 북한산의 매력인 도심속 산의 모습이 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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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바위와 나무로 뒤덥혀 얼룩덜룩한 북한산을 눈으로 하나하나 흝었다. 보면 볼 수록 여느 호텔뷰, 카페뷰가 부럽지 않았다. 카페에서 사온 레몬 마들렌을 한 입 먹으며 하늘 한 번, 황금빛 절의 지붕 한 번 바라봤다. 이토록 조용한 서울의 주말이라니. 조용히 감탄하며 오후의 햇빛이 점점 서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눈에 담았고 앞으로 종종 이곳을 찾게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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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호선 여행은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로 배를 채우고 조용한 절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힐링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모두가 알차고 조용하게 채워지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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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폴스타베이커스/수국사
위치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256 1층~3층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23길 8-5 수국사
영업시간 10:30 ~ 9:20(라스트 오더는 8:30)
전화번호 0507-1474-0258
방문 TIP 단체석, 주차, 포장, 남/녀 화장실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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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저녁 그리고 겨울, 조용하고 포근한 서촌을 즐기고 싶다면 그 끝자락에 있는 “동감 쇼룸”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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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에 몸을 싣고 달리다 보면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촌과 북촌에 도착하게 된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진 두 공간은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촌의 끝자락에 있기에 경복궁역에서 하차 후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꽤 되었고, 네이버 지도는 버스를 추천했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도보를 선택했다. 주말 저녁 서촌 거리의 분위기 그리고 선선한 가을밤의 공기를 즐기며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동감 쇼룸”에 도착했다.
북적이던 서촌 초입의 분위기와 다르게 매우 한적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까?
처음 마주한 동감 쇼룸의 분위기에 말없이 건물을 바라보며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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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동감 쇼룸의 첫인상은 “고요함”이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배경으로 손님들의 크지 않은 대화 소리와 커피 내리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거기에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가 분위기를 한층 더 차분하면서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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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쇼룸은 개방적인 듯 프라이빗한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내려진 발들이 각각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해주었고 중심에 길게 늘어진 붉은색의 천들이 중앙 테이블을 또 다른 하나의 공간으로 분리해주었다.
그렇기에 혼자 오는 손님도 부담스럽지 않게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늘어진 발과 붉은 천이 만들어낸 공간의 구성과 내부의 분위기가 가을 저녁의 서촌과 잘 어우러지는 듯했고, 겨울의 동감 쇼룸이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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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앉아 있다 보면 사장님이 다가와 조용히 메뉴판을 주시며 주문 방법을 안내해주신다.
“종이에 원하는 메뉴 적으시고 테이블에 올려 놔주시면 돼요”
메뉴판과 함께 제공되는 작은 종이와 볼펜, 그리고 종이에 원하는 메뉴를 적어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그것이 동감 쇼룸의 주문 방법이었다.
*사장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인 중앙테이블만의 방식일 수도 있지만, 인상적이고 쇼룸에 어울리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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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오래된 선풍기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별거 아닌 흔한 낡은 선풍기와 조명의 조합이었지만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괜시리 멋스러워 보였고 계속 눈길이 갔다.
자리에 앉아 선풍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마치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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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조명, 배경음악, 작은 새소리부터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 천장에 달리 발과 붉은 천, 한쪽 구석에 쉼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까지 작은 요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며 동감 쇼룸의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완성된 동감 쇼룸은 선선한 가을 저녁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주었고,
다음 이 공간을 방문하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선물 같은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선선한 가을 저녁 그리고 겨울, 조용하고 포근한 서촌을 즐기고 싶다면 그 끝자락에 있는 “동감 쇼룸”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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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동감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8길 5 1층 오른쪽
운영시간 11:00 - 21:30(월~일)
전화번호 010-4670-0107
SNS @donggam.in
방문 TIP 혹시 모를 휴무는 sns에 공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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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천천히 기다린다는 게 어색할 정도로
이미 빠른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여기서만큼은 느림이 무색할 정도로 잔잔해지는 것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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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문뜩 이 거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게 뻗은 양재천을 거닐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그 냄새,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다.
발 밑에 누운 낙엽들과 내 옷깃을 스치는 갈대들은 어느샌가 내 발걸음의 끝자락에 맞닿아 있었고, 내 눈 위로 회색빛 위 꽃문양이 보였다.
1층에는 노랑, 초록, 파랑 등의 색색의 카페들과 꼬부랑 깽깽 알파벳들, 아라비아 숫자들로 뒤범벅된 간판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달랑, 꽃문양 하나 있는 곳이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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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자 투명 자동문 뒤로 보이는 복도가 보였고 굉장히 작은 곳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왠지 모를 기대감에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의 출입 버튼이 아니라, 누군가의 온기와 손길이 묻어 있는 나무 버튼을 눌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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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지문들 위에 내 손을 얹자, 퇴폐된 공간에 정갈하게 놓인 마른 허브딜이 나를 맞았다. 멀리서 보기엔 생기 없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옅은 수분기로 허브딜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초라하게 보일지 모르는 허브딜을 보면서 자신만의 생명력으로 굳건히 살아가는 게 멋있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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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눈을 돌리자 비밀스러운 공간이 넓게 펼쳐졌다. 물기 없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고요하다 못해 침묵만이 감도는 듯한 그곳으로 발걸음을 뗐다.
다섯 개의 2인석 테이블과 두 개의 바 테이블 한가운데 두 개의 단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이곳의 장승 같았다. 단단한 반석 위에 핀 가을 풀꽃과 수확물들은 손님들께 내어 드릴 먹음직한 제철 식재료들과 음료를 상징했고, 풀꽃 한편에 놓인 나무 그릇은 오래 쓰고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오크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런 모습에 더욱 오크라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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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깎여진 테이블과 의자가 돋보였다. 당연히 가벼운 시멘트로 만들어진 줄 알았지만, 의자를 끌어보니 마치 이곳은 가볍게 있다 갈 곳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듯 속이 꽉 찬 육중한 의자였다. 단단한 돌의자와 함께 석재 테이블도 마음에 이곳을 각인하길 바라는 듯, 한치 없이 반듯한 정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돌이 주는 든든함이어서였을까, 이곳에 앉자 양재천을 걸으면서 흐트러진 생각들은 제자리를 찾아갔고 여기저기 떠다니던 몽상들도 현실 앞에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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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눈을 돌리며 무던하게 묻어나는 오크라를 관람하고 있던 찰나에,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발견했다. 우리 집 한쪽 편에도 있는 디퓨저 캔들은 오크라 벽 속에서 하나의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시골집에서나 볼 것 같던 푸른 자기는 발아래에서 자신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이었지만, 오크라에서 만큼은 이것들도 하나의 오브제였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가치 없다 지나칠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자리에 놓인다면 그 어떤 것도 본연의 모습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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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자연적인 것만 담은 와인, 한 번 더 살갗을 스치는 부드러운 손수건, 도공의 작은 숨결이 담긴 머그잔, 깎이고 다듬어진 나무 접시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쉽게 지나갈 수 없었다.
숙성될 여유가 필요한 와인
흐르는 물에 조용히 적신 후에 다시 사용한 손수건
뜨거운 가마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딘 머그잔
매끄러워질 때까지 갈고 또 갈아 반듯해진 나무 트레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어루만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무언가를 천천히 기다린다는 게 어색할 정도로 이미 빠른 시간을 보내는 거에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여기서만큼은 빠름이 무색할 정도로 잔잔해지는데 조금씩 스며들었다. 잠시 눈을 감고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귀를 기울이니 들리지 않았던 창 밖 새소리도 들렸고, 그 사이를 거닐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섞여졌다. 귓가를 타고 들어온 자연스러운 소리는 어느샌가 마음까지 흘러들어와 적막했던 내 공간에 따사로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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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환승하고 싶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 모양과 무게, 촉감과 느낌을 온전히 안으로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차분하고 평온한 이 기분으로 남은 나의 하루를 온전히 채우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 평안함은 다음 일정을 알려주는 알림때문에 이어질 수 없었지만, 여기에 이 마음을 남겨두고 언젠가 다시 찾으러 와야겠다. 놓고 간 마음을 가지러 올 때도 낯설었던 적막함이 따듯함으로 바뀌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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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오크라
위치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 97 2층
운영시간 오전11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
SNS @okra.yangjae
방문 TIP & INFO
-제철 비건 음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못 드시는 야채류들이 있다면 음료만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요일 별로 클로징 타임이 다르고 종종 행사 대관을 하시므로 꼭 검색해보고 가시길 권해드립다.
-나른한 오후에 하우스 와인과 오픈 샌드위치를 드셔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오전 시간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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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주 내색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2달이라는 기다림의 시간,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가 님에게 조금이라도 보답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의 인생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행복한 일도 많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럴때는 잠시 쉬어가되 자신을 믿고 가고자 하는 길을 그대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환승기피자'가 되길 바라며...저희는 12월에 메일함에서 뵐게요.
끝으로, 뉴스레터 이름 공모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당첨되신 분들께는 금주 내로 저희 마음을 담은 소정의 기프트를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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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알고싶은 정보가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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