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 때문에 이제 정말 가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뜨거운 태양과 덥고 습한 공기에 질색하기도 했지만 갑자기 달라진 밤공기에 빠르게 지나가는 이 계절이 아쉽기도 합니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그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저희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직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이곳에서는 잠시 붙잡아두고,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즐기며 정겨움이 가득했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래요.
내세구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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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곳, 책방/카페 책방세간(자온길)
[2] 느슨한 사유의 시간, 책방/북스테이 국자와 주걱
[3] 고즈넉한 예술인의 동네, 문화예술마을 대룡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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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공간에서 빛 바랜 시간을 떠올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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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백마강변의 작은 마을인 ‘규암마을’은 한때는 나루터가 있고 오일장이 열렸던 부여의 번화가였지만, 1960년대 백제 대교가 개통하면서 쇠락해갔다.
빈집과 상가만 가득 남은 규암마을. 하지만, 약 3년 전부터 서울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도시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규암마을을 주목했고 마을로 내려오면서 서점, 공방, 식당,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새로운 쓰임을 주고 있다.
일명 ‘자온길 프로젝트’는 ‘스스로 자(自), 따뜻할 온(溫)’을 써 스스로 따뜻해지는 마을을 염원하는 지역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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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80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한 건물에 주목해본다. 부여의 유일한 독립서점인 ‘책방세간’은 규암 마을의 임 씨 아저씨가 운영하던 담배가게를 인수해 서점과 카페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전체적인 책방의 모습을 둘러보려 했지만, 입구를 들어서자 커플 한 쌍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놀고 있어 먼저 주문하기로 했다. 그 둘의 시간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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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느낌과 달리 내부는 넓게 탁 트였으며, 나중에 듣기론 물건을 팔았던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합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이의 블로그나 SNS를 보고 갔으면 못 느꼈을 이런 새로운 경험은 나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떤 장소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가기보다는 거기서 예상하지 못하는 경험을 즐길 준비를 하라는 말을 전해주곤 한다.
책방세간의 시그니처 차인 Segantea(세간티)는 봄토끼, 세간뒤뜰, 가을고양이, 부여의 겨울 등 계절에 어울리는 차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게 특징이며 각자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 있다.
나는 ‘봄토끼’라는 메뉴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차에 들어가는 재료를 설명해주셨지만, 지금 돌아보니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지나간 봄을 되돌아 보고 싶어 주문한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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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차를 마신 후 처음 보고자 했던 공간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다시 둘러보았다. 독립서점답게 가지런히 놓인 책과 여유롭게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특히 자온길에 들어온 수많은 청년의 이야기를 모은 책들이 나를 이 공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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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꽃인 책들을 둘러보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80년 된 공간 세월의 흔적을 담은 공간의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은박지 같은 벽지들이 아예 새로운 시공간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 새로운 시공간에서 나는 외가 시골집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명절이나 중요한 날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음식을 해 먹는 모습, 집으로 돌아갈 때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먹먹해진 마음 아래 빛바랜 공간에서 빛바랜 시간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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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회상을 정리하고 사장님과 짧은 담소를 마무리하며 문을 나선다. 예정된 공간을 방문해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던 ‘책방세간’은 나의 기억에 짧지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담겨 있는 공간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은 자온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빛바랜 시간과 같이 사라지게 되었을 것이다.
빛바랜 시간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규암마을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로 다시 빛이 나지 않을까?
부디 오랜 시간을 간직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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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책방세간
위치 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82
영업시간 매주 화 휴무 11:00 ~ 19:00 방문 TIP 차는 꼭 따뜻하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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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가 드러난 천장 아래 진하게 밀집되어 있는 종이 냄새에,
홀린 듯 진열된 책들을 샅샅이 둘러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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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이름만 보면 식당인가? 싶은 이곳, 빨간 지붕 아래 작은 이정표에는 ‘책’이라는 존재감 확실한 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국자와 주걱은 식당은 아니지만 맛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 겸 북스테이다. *북스테이는 책과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숙박시설 내 독서를 위한 부대시설을 제공한다.
“국자와 주걱”은 이웃 함민복 시인이 지어준 이름으로, 책에 담긴 정신과 마음을 국자와 주걱이 되어 퍼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개인을 위한 것이지만 국자와 주걱은 서로 나눔을 전제로 한, 공동체를 위한 도구라는 점에 착안했다 한다.
작고 특별한 이 책방은 옛 시골집을 주인장 혼자서 정성스레 야금야금 고친 게 느껴진다. 추억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는, 과거의 빛바랜 풍경들이 보존되지 않고 사라지는 게 돈을 잃는 것보다 아깝게 느껴진다.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 중 하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사진으로나마 반추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과거가 담겨있는 세피아톤 가득한 공간에 오면 차분한 내적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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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불편해 보이는 책방 한가운데 마룻바닥은 텅 빈 60평대 아파트 거실보다 편안하게 느껴졌다.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 아래 진하게 밀집되어 있는 종이 냄새에, 홀린 듯 진열된 책들을 샅샅이 둘러본다. 동네 책방, 독립서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주인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어서 아닐까 그러다 우연히 주인장과 취향이 겹치면 낯설었던 공간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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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할 거 없이 배치된 책들 사이 큰 고민 없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장독대가 보이는 창가 앞에 자리를 잡고, 주인장의 조용한 배려에 어떤 방해도 없이 한 줄 한 줄 글을 읽어 내려갔다.
책장 넘기는 소리, 째깍째깍 초침 소리만 가득하던 평화로운 시간, 책만 보고 있던 시선 너머에 노란색 솜뭉치의 기척이 느껴진다. 잠시 책을 뒤집어 덮어두고 솜뭉치의 기척을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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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게 늘어진 이 노란 솜뭉치는 국자와 주걱에 사는 고양이 ‘요리’이다. 사진에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요리의 거대한 몸통에 책을 읽는 내내 시선이 안 갈 수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안내 고양이 덕분에 책방 곳곳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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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는 책을 좋아하는 방문자들이 사유하는 우물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곳곳에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새겨진 투명 셀로판지가 걸려있다. 우물 공간 이용 안내문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일들을 ‘대나무 숲'에 대고 말하듯 글이나 그림을 적어보라고 쓰여 있다. 그날 특별한 일로 강화를 방문했던 나도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었다. 같은 책방이어도 내면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 공간은 참 책방이라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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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살을 통통하게 찌우고 마음에 드는 세 권의 책까지 양손에 들고 ‘나는 다시 이곳에 오리라.’ 마음을 먹는다.
강화에서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해 찾아오기 힘든 곳이지만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면서까지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이 공간에서 매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잠시 ‘멈춤’의 시간을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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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국자와 주걱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28번길 46-27
운영시간 매일 10:00 - 22:00
전화번호 010.2598.3947
방문 TIP
-북스테이는 사전 예약자에 한해 하루 한 팀만 예약 가능
-북스테이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숙박시설 내 독서를 위한 부대시설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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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예술인의 동네를 천천히 거닐며 마음에 여유를 선물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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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떠나 여유를 느끼고 싶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복잡한 도심에서 한 발 떨어져 한적한 교외에 있는 대룡마을은 그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다. 이름에서부터 용이 떠오르는 대룡마을은 ‘개울에 큰 용이 살았다’라는 전설을 가진 마을이다.
실제로 마을 입구부터 곳곳에 용 모양의 조형물과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들이 도시를 떠나 소박한 농촌 마을에 모여서 작품 활동하며 문화 예술마을로 변화하였다.
그들도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된 걸까. 나도 지금 이 ‘시간’만큼은 고즈넉한 예술인의 동네를 천천히 거닐며 마음에 여유를 선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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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마을은 실제 마을 주민분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생동감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그런 걸까,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진다.
생각보다 넓은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보물 찾기하듯 골목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시골 마을, 한옥 마을, 모던한 마을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골목들과 마을 곳곳에 있는 벽화와 조형물들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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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마을을 거닐다 보면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작업실과 카페 그리고 구조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예스러움과 현대스러움이 공존해서 그런지 왜 여기가 예술인의 동네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을 중간중간에 있는 카페들이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운영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복합 체험 공간 ‘아트 인 오리’는 주말과 공휴일만 운영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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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마을은 나를 ‘느리게’ 만든다. 생각이 느려지고 발걸음도 느려진다.
퇴근하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노래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며 웃음을 짓게 된다. 그리고 대룡마을을 느린 속도로 거닐었을 때, 나는 웃음이 절로 났다.
우리의 인생이 짧은 것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이 아닐까. 적당한 ‘느림’은 오히려 삶에 여유를 되찾아주고 이는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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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INFO
대룡마을
위치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오리 121-1
방문 TIP & INFO
-부산 일반 시내버스 운행
-피자 체험은 문자 예약 필수, 010.2250.3861
-아트인오리 : 매주 토,일,공휴일 11:00 ~ 17:00 OPEN
-오투커피 : 현재 휴업중, 인스타: @o2_coffee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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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주 저희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사실 이번 주제는 님이 내향인의 역마살을 그리워하고 잊지 말아 주길 바라는 마음을 눌러 담아 글을 썼습니다. 갑작스럽지만 8월을 마지막으로 저희는 구독자분들께 더 정성을 담은 퀄리티의 뉴스레터를 전달해 드리기 위해 두 달간의 휴식기를 가지려 합니다. 다시 돌아올 때는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님의 소중한 외출이 언제나 성공적이길 바라며 저희는 11월에 메일함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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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알고싶은 정보가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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